수구

산성을 만들 곳을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고려요인 중 하나는 지형여건과 함께 급수원의 확보라고 할 수 있다. 성안에서 많은 인원이 장기간 농성을 하기 위해서는 식량도 중요하지만 물이 부족할 경우 며칠도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남한산성은 해발 370m 이상, 400m 정도의 능선을 따라 축성되어 있고, 분지형태의 성 내부는 서고동저(西高東低)의 지형을 이루고 있으며, 성내에 인구가 가장 많았을 당시에는 우물이 80개가 있었고, 연못이 45개가 있었다고 한다. 성내에는 크게 네 개의 개울이 있었는데 국청사, 천주사, 개원사, 옥정사 부근의 계곡에서 각각 흘러내린 물이 지수당 부근에서 합류되어 동벽에 구축된 수구문을 통하여 성 밖으로 흐른다. 해방 전까지만 해도 이 개울물로 물레방아 8개를 돌릴 수 있을 정도로 수량이 풍부하였다고 한다.
남한산성의 수구문은 동쪽에 1개소만으로도 충분하였다. 그렇지만 남한산성의 대부분의 성벽은 산사면에 덧대어 만들어서 성벽내부에 물이 스며들 경우 성벽이 붕괴될 수 도 있기 때문에 배수가 취약한 지점마다 별도의 수구를 설치하였다. 현재 확인된 수구는 모두 28개소에 달한다. 그 중 가장 많은 수의 수구가 동문에서 장경사에 이르는 구간에 있다. 이곳은 망월봉에서 남쪽으로 뻗어 내린 2개의 능선 말단부에 성벽이 구축되는 관계로 경사가 급하고, 경사면을 따라 흘러내리는 많은 양의 우수를 밖으로 배출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남한산성의 수구는 모두 평거식으로서 비교적 큰 돌을 바닥에 깔고 양쪽에 높이 약 20cm 정도의 성돌을 약 30cm 정도 사이를 두고 놓은 다음 위에 덮개돌을 덮어서 횡단면이 장방형인 수구를 구축하였다. 수구의 바닥돌은 체성벽에서 30cm 정도 돌출하도록 하여 물이 직접 성벽에 스며들지 않도록 하였다. 수구는 성 내부까지 관통시키고, 성벽의 안쪽 길 부분에 집수시설을 갖추었는데 집수시설은 방50cm 정도의 범위로 할석을 깔아놓아 우수가 스며들도록 하였다.
출수구의 위치는 보통 성벽의 중간정도이나 지형에 따라서 지대석 가까이에 설치되어 있는 것도 있고, 여장에 가까운 지점에 설치되는 것도 있다.